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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면면함에 대하여'입니다. 여기서 '면면함'이란 단어에 눈길이 가는대요. '면면함'은 '끊어지지 않고 쭉 잇따라 있다'라는 뜻입니다. 시에서 이러한 '면면함'을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너 들어 보았니

저 동구 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 보았니

다 청산하고 떠나 버리는 마을에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소리 죽여 흐느끼던 소리

가지 팽팽히 후리던 소리

 

오늘은 그 푸르른 울음

모두 이파리 이파리에 내주어

저렇게 생생한 초록의 광휘를

저렇게 생생히 내뿜는데

 

앞들에서 모를 내다

허리 펴는 사람들

왜 저 나무 한참씩이나 쳐다보겠니

어디선가 북소리는

왜 둥둥둥둥 울려 나겠니

 

-고재종, 「면면함에 대하여」


시는 '너'라는 청자에게 하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동구 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에 대해 들어봤냐는 것이죠. 이 푸르른 울음소리는 이 시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시어로 2연과 4연에서 쓰이지만 각각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이 시의 1~3연은 지난 겨울 과거의 일을 먼저 보여줍니다. 지난 겨울은 날이면 날마다 삭풍이 되게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할 정도로 매서운 겨울이었습니다. 당연히 나무는 고통받고 상처마다 푸르른 울음소리(공감각적 심상으로 나무가 겪는 고통을 형상화함)를 뽑아냈습니다.

 

이런 나무가 받는 고통은 3연의 사람들의 모습과 이어집니다. 다 청산하고 떠나는 마을 그래도 그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소리 죽여 흐느끼고 가지 팽팽히 후리던 소리가 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와 연결되어 나무도 사람도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러한 고통의 순간은 4연에서부터 반전됩니다. 4연은 '오늘은'으로 시작하여 시점을 현재로 바꿈으로서 시상을 전환하는데 이 때 나무는 푸르른 울음을 모두 이파리에 내주어 생생한 광휘를 내뿜게됩니다. 이 때의 푸르른 울음은 2연의 고통과 다르게 나무가 가진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나무는 앞들에서 모내기를 하며 농사를 짖고 마을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가끔 허리를 필 때 쳐다보는 존재로 그 생명력으로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농촌의 마을에 북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렇게 고통의 시간이 있지만 그 자리에서 버티는 존재들은 새로운 힘을 내며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시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현실을 지켜가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구의 의미와 표현법을 파악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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