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노트에서 - 장석남, 해설 / 해석 / 분석 / 정리
돌이켜보면 늘 과거에 순수했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순수함은 지금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였고 지금과는 다른 희망을 품게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때의 순수함을 그리워하며 좋았던 시절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순수함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 순간들을 넘어 순수함은 사라졌지만 현재의 성숙을 이룩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고요.
이번에 다룰 시 '옛 노트에서'는 함축적인 시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며 옛 노트를 통해 돌아보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시 전문을 읽어 본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장석남, 「옛 노트에서」
이 시는 과거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통해 시상이 전개됩니다. 시의 처음에 제시되는 과거의 화자의 모습은 '순수한 꿈과 이상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막연한 그리움으로 옹색하게 살던 존재'이며 현재의 화자는 '내면의 성숙을 이룬 후 옛 노트를 통해 과거의 삶을 돌아보는 존재'입니다.
옛 노트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와 현재 모습의 차이점을 드러내며 이를 함축적인 시어를 통해 형상화하여 그 때의 심리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 떄 주의할 점은 과거의 순수함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2연의 '긴 시간을 견디며 여기까지 내려와'에서 보듯 순수했기에 그 시간들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세월이 있었고 그렇기에 이제는 '앵두가 익었다'는 표현처럼 성숙해진 것입니다. 순수했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